경제적 자유를 말하는 최초의 세대, ‘어피티 제너레이션’. 이들을 소개하는 책 <웰컴 투 어피티 제너레이션 2022>이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 책을 만든 사람, 책을 만든 이유, 책 속에 녹여낸 어피티 제너레이션의 이야기를 오늘부터 소개할게요.
#SCENE1
2017년 겨울
주인공: 진영(32세)
- 현 어피티 대표
- <웰컴투 어피티 제너레이션 2022> 공동저자
진영: 나 이번에 차 사려고.
친구: 헐 돈이 어디서 나서?!
진영: 영상 제작 외주 뛰어서 돈 좀 모았거든. 딱히 돈 쓸 데는 없는데 왜 초년생일 때 자동차 많이들 사잖아. 영상 외주하려면 장비도 들고 다녀야 할 거고... (구구절절)
국어국문과 학부생으로 7년째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있던 진영. 그에게 재테크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다 목돈이 들어올 때면 마치 누구에게 지령을 받은 것처럼 ‘이 돈을 써야 한다!’라고 생각하던 그였다.
진영: 내가 돈 벌어서 내가 쓰겠다는데, 그게 왜? -_-^
누군가에게서 돈관리 좀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입부터 댓발 나왔다. 필요성을 모르는 건 아니었기에 약간의 부채감은 들었다. 재테크는 물론, 숫자에도 약한 데다 금융경제 분야에 완전히 문외한이라는 점도 부채감을 더했다.
진영: 나도 돈관리 중요하다는 거 알아, 안다고! -_-; 쉬익
그렇게 진영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자동차를 사는 데 모두 써버리고 만다. ‘나 좀 멋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5년 뒤, 그 차는 공식적으로 어머니의 소유로 넘어갔다. 진영은 애매하게 효도했을 뿐이었다.
#SCENE 2
2018년 4월 어느 날, 대학로
미디어 업계의 연쇄 창업마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여러 팀을 만들고 (접어온) 진영은 2018년 초, 다섯 번째 팀인 ‘포브‘를 만들었다.
진영: millennial을 위한 lifestyle new media ‘포브(POV)‘를 소개하겠습니다. 포브는 직장인 여성의 시간과 돈에 주목했습니다. 한정돼있는 자원을 어떻게 ‘잘 쓸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갈 만한 공간’을 curation style의 video contents를 통해 소개합니다. (있어 보이는 단어 다 넣어서 말하는 중)
본인을 포함해 총 네 명의 멤버로 구성된 포브 팀. 콘텐츠 제작은 원활하게 진행됐지만, 딱히 매력이 느껴지는 매체는 아니었고, 결국 투자 유치를 위한 심사 자리에서 된통 깨지고야 만다.
심사위원A: 그런데... 이 매체의 문제의식이 정말 밀레니얼 여성들의 고민거리가 맞는 걸까요? 제 주변 지인들만 봐도 돈을 잘 쓰는 일은 이미 충분히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심사위원B: “내가 이걸 읽었더니 내 삶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더라“라고 말할 수 있는 매체가 되어야 해요. 있으면 좋은 게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진영: ...............
포브 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내 또래 친구들이 아닌, 타겟 독자로서 밀레니얼 직장인 여성을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진영: 각자 일대일로 하루 일과부터 요새 관심사, 고민거리, 돈은 어디서 얼마나 벌고 어떻게 쓰는지 다 듣고 오자. 그래서 우리가 뭘 할지는 그 다음에 생각하자. 그때까지 포브는 일시 중지다! -_-+
#SCENE 3
2018년 4월, 포브 팀 타겟 리서치 기간
2018년 4월부터 한 달간 25~34세 직장인 여성 20여 명을 만나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한 포브 팀. 말이 좋아 '타겟 리서치'라고 부르지, 그들이 준비한 인터뷰 질문은... '사생팬'이 만든 그것에 가까웠다.
"평일 일과와 주말 일과를 자세히 알려주세요. 아침에 눈 뜨면 어떤 앱을 가장 먼저 켜나요? 출퇴근길에 무엇을 하나요? 월 소득은 얼마인가요? 어디에 어떻게 쓰나요? 돈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어떤 매체를 가장 많이 이용하나요? 스마트폰 메인 화면에는 어떤 앱을 놓아두었나요? 요즘 고민거리는 무엇인가요? 또..."
엄청난 분량의 질문으로 인터뷰이를 괴롭히며 얻은 답변 속에서, 포브 팀은 아주 귀중한 공통점 한 가지를 찾게 된다.
인터뷰이 일동: 도... 돈 관리가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ㄱ-
'돈을 소비하는 것'과 관련된 질문으로는 각자의 기준과 취향이 담긴 답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유독 '번 돈을 관리하고 투자하는 것'에 대한 질문 앞에서는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원래부터' 가계부를 열심히 써왔거나 가정에서 돈 이야기를 많이 나눠왔다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진영: 아니, 왜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거야? -_-; 아니 물론 나도 잘 몰라 재테크... 금융? 경제? 뭐 이런 거 ㅎㅎ (국문과)
멤버A: 나도...222 (디자인과)
멤버B: 나도...333 (광고과)
멤버C: 그걸 왜 몰라? (경영학과)
진영, 멤버 A, 멤버 B: ...
멤버C: 혹시 너네 '금리'가 무슨 뜻인지는 알아?
진영, 멤버 A, 멤버 B: ............ಠ_ಠ 금니 맞추고 싶니?
생각해보니 참 이상한 노릇이었다. 취업할 정도로 공부도 할 만큼 했고, 일도 잘하고, 돈도 열심히 벌고, 자기 취향과 기준도 명확한 내 또래 직장인 여성들이 왜 '돈 문제' 앞에서는 위축되는 걸까?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tmi: 멤버C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회사에 재직 중이다.
#SCENE 4
2018년 5월, 포브 팀 타겟 리서치 분석 기간
진영: (전자두뇌 풀가동!)
"핵심 타겟 독자는 돈 관리에 대한 부채감이 있지만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데다 독립, 결혼, 사업 등 큰돈이 들어가는 상황을 아직 마주하지 않아서 동기부여가 충분히 되지 않아. 그리고 대부분의 밀레니얼이 금융경제 교육을 받지 못해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까지 심리적 장벽이 높은데, 타겟 독자군은 그럼에도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 이들을 위한 미디어라면..."
멤버 A: 재테크 방법, 경제 이슈와 함께 금융경제 상식을 알려줘야겠군! (ง •̀_•́)ง
멤버 B: '나와 비슷한 사람이 알려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끔 톤앤매너를 타겟 독자의 시선에 맞춰 이야기해야겠군! (ง •̀ω•́)ง✧
멤버 C: 관심사를 기반으로 하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타겟 독자에게 닿기는 어려우니, 알고리즘의 방해 없이 '구독'만 누르면 메일함에 꽂히는 뉴스레터 형식을 취해야겠군! (๑•̀ㅁ•́๑)✧
2018년 7월, 포브 팀은 팀 구성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어피티(UPPITY)'로 피봇을 하게 된다. '당당한', '이기적인', '오만한'이라는 뜻의 UPPITY처럼, 밀레니얼 여성이 돈앞에서 위축되지 않고, 최소한 내가 번 돈 앞에서는 오만할 정도로 당당한 태도로 경제생활을 해나가길 바라며...
진영: 그러면, 포브(POV) 채널은 어떡하지?
.
.
.
그렇게 포브 채널은 2018년 3월 이후로 어떠한 게시물도 올라오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갔다. 진영은 때때로 포브 게시글에 달린 광고 댓글을 삭제하러 가거나, '과거의 오늘'에 뜬 게시물을 추팔(추억팔이)하며 담벼락으로 공유해갈 뿐이었다.
End.
tmi: 이러한 연유로 어피티의 법인명은 '주식회사 포브미디어'이다.
다음 주 월요일(14일)부터 어피티 단막극장 두 번째 챕터, <'어피티'를 '어피치'라 부르던 독자가 어피티 이사가 된 건에 대하여>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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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를 말하는 최초의 세대, ‘어피티 제너레이션’. 이들을 소개하는 책 <웰컴 투 어피티 제너레이션 2022>이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 책을 만든 사람, 책을 만든 이유, 책 속에 녹여낸 어피티 제너레이션의 이야기를 오늘부터 소개할게요.
#SCENE1
2017년 겨울
주인공: 진영(32세)
친구: 헐 돈이 어디서 나서?!
진영: 영상 제작 외주 뛰어서 돈 좀 모았거든. 딱히 돈 쓸 데는 없는데 왜 초년생일 때 자동차 많이들 사잖아. 영상 외주하려면 장비도 들고 다녀야 할 거고... (구구절절)
#SCENE 2
2018년 4월 어느 날, 대학로
미디어 업계의 연쇄 창업마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여러 팀을 만들고 (접어온) 진영은 2018년 초, 다섯 번째 팀인 ‘포브‘를 만들었다.
진영: millennial을 위한 lifestyle new media ‘포브(POV)‘를 소개하겠습니다. 포브는 직장인 여성의 시간과 돈에 주목했습니다. 한정돼있는 자원을 어떻게 ‘잘 쓸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갈 만한 공간’을 curation style의 video contents를 통해 소개합니다. (있어 보이는 단어 다 넣어서 말하는 중)
본인을 포함해 총 네 명의 멤버로 구성된 포브 팀. 콘텐츠 제작은 원활하게 진행됐지만, 딱히 매력이 느껴지는 매체는 아니었고, 결국 투자 유치를 위한 심사 자리에서 된통 깨지고야 만다.
심사위원A: 그런데... 이 매체의 문제의식이 정말 밀레니얼 여성들의 고민거리가 맞는 걸까요? 제 주변 지인들만 봐도 돈을 잘 쓰는 일은 이미 충분히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심사위원B: “내가 이걸 읽었더니 내 삶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더라“라고 말할 수 있는 매체가 되어야 해요. 있으면 좋은 게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진영: ...............
포브 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내 또래 친구들이 아닌, 타겟 독자로서 밀레니얼 직장인 여성을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진영: 각자 일대일로 하루 일과부터 요새 관심사, 고민거리, 돈은 어디서 얼마나 벌고 어떻게 쓰는지 다 듣고 오자. 그래서 우리가 뭘 할지는 그 다음에 생각하자. 그때까지 포브는 일시 중지다! -_-+
#SCENE 3
2018년 4월, 포브 팀 타겟 리서치 기간
2018년 4월부터 한 달간 25~34세 직장인 여성 20여 명을 만나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한 포브 팀. 말이 좋아 '타겟 리서치'라고 부르지, 그들이 준비한 인터뷰 질문은... '사생팬'이 만든 그것에 가까웠다.
"평일 일과와 주말 일과를 자세히 알려주세요. 아침에 눈 뜨면 어떤 앱을 가장 먼저 켜나요? 출퇴근길에 무엇을 하나요? 월 소득은 얼마인가요? 어디에 어떻게 쓰나요? 돈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어떤 매체를 가장 많이 이용하나요? 스마트폰 메인 화면에는 어떤 앱을 놓아두었나요? 요즘 고민거리는 무엇인가요? 또..."
엄청난 분량의 질문으로 인터뷰이를 괴롭히며 얻은 답변 속에서, 포브 팀은 아주 귀중한 공통점 한 가지를 찾게 된다.
인터뷰이 일동: 도... 돈 관리가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ㄱ-
'돈을 소비하는 것'과 관련된 질문으로는 각자의 기준과 취향이 담긴 답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유독 '번 돈을 관리하고 투자하는 것'에 대한 질문 앞에서는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원래부터' 가계부를 열심히 써왔거나 가정에서 돈 이야기를 많이 나눠왔다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진영: 아니, 왜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거야? -_-; 아니 물론 나도 잘 몰라 재테크... 금융? 경제? 뭐 이런 거 ㅎㅎ (국문과)
멤버A: 나도...222 (디자인과)
멤버B: 나도...333 (광고과)
멤버C: 그걸 왜 몰라? (경영학과)
진영, 멤버 A, 멤버 B: ...
멤버C: 혹시 너네 '금리'가 무슨 뜻인지는 알아?
진영, 멤버 A, 멤버 B: ............ಠ_ಠ 금니 맞추고 싶니?
생각해보니 참 이상한 노릇이었다. 취업할 정도로 공부도 할 만큼 했고, 일도 잘하고, 돈도 열심히 벌고, 자기 취향과 기준도 명확한 내 또래 직장인 여성들이 왜 '돈 문제' 앞에서는 위축되는 걸까?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tmi: 멤버C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회사에 재직 중이다.
#SCENE 4
2018년 5월, 포브 팀 타겟 리서치 분석 기간
진영: (전자두뇌 풀가동!)
"핵심 타겟 독자는 돈 관리에 대한 부채감이 있지만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데다 독립, 결혼, 사업 등 큰돈이 들어가는 상황을 아직 마주하지 않아서 동기부여가 충분히 되지 않아. 그리고 대부분의 밀레니얼이 금융경제 교육을 받지 못해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까지 심리적 장벽이 높은데, 타겟 독자군은 그럼에도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 이들을 위한 미디어라면..."
멤버 A: 재테크 방법, 경제 이슈와 함께 금융경제 상식을 알려줘야겠군! (ง •̀_•́)ง
멤버 B: '나와 비슷한 사람이 알려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끔 톤앤매너를 타겟 독자의 시선에 맞춰 이야기해야겠군! (ง •̀ω•́)ง✧
멤버 C: 관심사를 기반으로 하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타겟 독자에게 닿기는 어려우니, 알고리즘의 방해 없이 '구독'만 누르면 메일함에 꽂히는 뉴스레터 형식을 취해야겠군! (๑•̀ㅁ•́๑)✧
2018년 7월, 포브 팀은 팀 구성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어피티(UPPITY)'로 피봇을 하게 된다. '당당한', '이기적인', '오만한'이라는 뜻의 UPPITY처럼, 밀레니얼 여성이 돈앞에서 위축되지 않고, 최소한 내가 번 돈 앞에서는 오만할 정도로 당당한 태도로 경제생활을 해나가길 바라며...
진영: 그러면, 포브(POV) 채널은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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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포브 채널은 2018년 3월 이후로 어떠한 게시물도 올라오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갔다. 진영은 때때로 포브 게시글에 달린 광고 댓글을 삭제하러 가거나, '과거의 오늘'에 뜬 게시물을 추팔(추억팔이)하며 담벼락으로 공유해갈 뿐이었다.
End.
tmi: 이러한 연유로 어피티의 법인명은 '주식회사 포브미디어'이다.
다음 주 월요일(14일)부터 어피티 단막극장 두 번째 챕터, <'어피티'를 '어피치'라 부르던 독자가 어피티 이사가 된 건에 대하여>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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