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돈 이야기 

머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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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경제사 tmi] 주식회사_TMI.zip



독자 여러분이 궁금해하셨던 경제·금융 관련 tmi. 

두 번째 질문은 ‘회사’와 ‘주식’입니다. 


the 독자: 어느 날 출근길에 이런 궁금증이 들더라고요. ‘대체 회사는 언제부터 만들어진 걸까…?’

어피티: 자, 이렇게 한번 생각해볼게요. 회사는 만들어질까요?

the 독자: 돈을… 벌려고요?

어피티: 맞아요. 뭔가를 팔아서 돈을 벌려고 회사를 만들었겠죠. 그런데 사람들이 ‘내가 쓸 만큼만’ 물건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쓰고도 남을 만큼’ 만들어서 사고팔기 시작했던 건 언제부터일까요?

the 독자: 산업혁명 이전까지 물건은 항상 모자란다고 했으니까 얼마 안 됐겠네요. 이 시점부터 회사가 만들어진 거라면 역사가 꽤 짧았겠는 걸요? 

어피티: 일반적으로 내수 장사는 오래전부터 이뤄졌는데요, 현대적인 의미로 수입, 수출까지 하면서 장사하려면 치트키를 써야 했어요. 바로 국왕입니다.



tmi 1.

민간인이 수출하면

반역이었다!


혹시 중상주의라는 말을 기억하시나요? 중고등학교 때 역사나 경제 과목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개념인데요. 

중상주의는 15세기에서 18세기까지, 유럽의 중앙집권적 절대군주국가 체제에서 채택해온 경제 정책을 뜻합니다. 

다른 나라에 물건을 수출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려는 사상을 뜻해요. 


이렇게만 보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현실에서 중상주의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최대한 많은 물건을 비싼 가격으로 팔고, 수입은 최소화하면서 금과 은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게 목적이었죠. 


중상주의가 얼마나 강했던지, 그 시기에는 경제적인 마찰 때문에 전쟁이 빈번했습니다. 재산이 곧 국력이라고 믿었거든요. 


그 중심에는 국가, 그중에서도 국왕이 있었습니다. 17세기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당시에 국왕은 국가 그 자체였거든요. 국가가 부유해지는 건 국왕의 개인 재산이 늘어난다는 뜻이었습니다.


국왕이 곧 국가이던 시절, 국가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 전쟁까지 벌이던 그때 아무나 무역회사를 세울 수 있었을까요? 

당연히 아니었겠죠. 회사는 국왕이 세우거나, 최소한 국왕의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만약 민간인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무역회사를 세워서 돈을 벌고, 그 돈을 개인 금고로 넣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곧 반역이었어요. 


당시의 ‘회사’는 군대를 앞세워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등 신대륙에 식민지를 개척하고 그곳의 자원을 가져와 유럽에 팔곤 했습니다. 

반대로 식민지에 자국 물건을 강제로 팔기도 했어요. 군대가 움직여서 회사의 이익을 확보해 주는데 회사가 민간인의 것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tmi 2.

주식회사의 시초는

17세기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


the 독자: 동인도회사가 삼성이나 LG 같은 회사 이름이었나요?

어피티: 그건 이니고, ‘반도체 회사’ 같은 업종이었어요. ‘인도 동쪽에서 후추 가져오는 회사’를 통칭한 표현이라고 보면 돼요.

the 독자: 세계사에서 향신료 무역의 역사를 배웠던 것 같은데, 그 시기에 시작된 건가요?

어피티: 그즈음이죠. 17세기 영국의 동인도회사(ft. 영국 여왕)가 제일 먼저 세워지고, 제일 잘 나갔는데 역사적으로 더 중요한 회사는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였어요.

the 독자: 왜요?

어피티: 다른 나라의 국왕들은 영국 여왕만큼 부자가 아니라서 동인도회사처럼 큰 회사를 세우기 어려웠거든요. 특히 네덜란드요. 그래서 국왕 지원금에 일반인들의 돈까지 모아서 회사를 세웠는데, 이게 바로 최초의 주식회사가 됐답니다.

the 독자: 정말 주주에게서 자본금을 모아 회사를 세우는 형식이었네요.

어피티: 그렇죠. 최대주주가 국왕이어서 그렇지… 


사실 이 부분에는 15~18세기 자본주의의 발전, 회사법의 발전 등 약 300년 동안의 길고 복잡한 경제사가 담겨 있습니다. 

흥미를 돋울 정도의 tmi를 알아가는 게 이 코너의 목적이니, 오늘은 간략하게 핵심만 알아볼까요?


향신료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납니다. 향신료 무역에서 이익을 보려면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향신료를 싸게, 많이 사서 유럽까지 가져와 비싸게 팔아야 했죠. 

여기선 영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했습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으니까요.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바로 인도의 향신료와 면화 등을 독점하고 무역하는 회사였습니다. 후발주자인 다른 유럽국가들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식민지로 만들기 시작했죠. 하지만 네덜란드는 영국과 대결하려면 혁신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비싼 후추를 실은 배가 침몰하거나 다른 나라의 해적에 약탈당하지 않고 유럽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튼튼한 배를 건조하고, 다른 나라 해적과 맞설 경호함대를 고용하고, 한 번에 많이 실어와 박리다매를 할 수 있도록 큰 현지 농장을 꾸릴 계획이었죠.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려면 큰 돈이 필요했습니다. 귀족 수십 명이나 국왕이 낼 수 있는 돈보다 큰 돈 말이에요. 

당시 이 계획에 대한 네덜란드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네덜란드 해적: 야, 나 돈 낸다. 우린 애국해적이라 다른 국적 배만 털어.

일반인: 이게 다 나라를 위한 일 아닙니까. 저도 돈 낼게요.

상인: 우리도 당연히 돈 내지요.

정부(국왕): 모자라는 돈은 나라에서 지원합니다.


1602년, 이렇게 주주들이 자본금을 모아, 각자 얼마를 냈다는 증서를 받은 일이 주식회사의 시초였답니다. 

증서에 따라 이 배가 실어 온 후추를 받거나, 후추를 팔아 번 돈을 배당받았죠. 

물론 회사가 재투자를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배당을 자주 받거나 많은 액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국왕만 회사를 세워 이익을 보는 것보다 모두가 돈을 내서 함께 이익을 나누는 방식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즉, 주식회사가 무역과 시장경제에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주식회사가 보편적인 회사 형태가 되었답니다. 


역사가 발전하면서 왕실과 신분제는 모두 사라지고, 총칼을 들고 식민지를 개척하던 식민지경제와 식민지 무역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회사의 형태는 현재 국가와 정부에서 점점 더 민간의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여전히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요. 바로 이 과정이 시장자본주의의 발달 역사랍니다.



📚 <경제사tmi>에 참고한 자료

  • 최준선, 「영국 주식회사제도의 발달 연구 - 19세기 주식회사제도의 발달지연과 특색」(2013), 기업법연구 27(2), 2013.6, 27-50, 한국기업법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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