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한 시간 반 거리
가장 가까운 역에서 도보 30분
집 한 채도 아니고 방 한 칸
에어비앤비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자면 한도 끝도 없이 많았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지금 집은 서울도 아니고, 역까지는 버스 타고 15분이나 걸려요. 여기서부터 아웃이죠. 어떤 여행객이 이렇게 교통 불편한 곳에 온단 말입니까.
게다가 저는 출퇴근에 왕복 3시간이 걸려 게스트를 챙길 수 없었고, 부모님은 영어를 거의 못 하세요. 가족이 사는 집인데 불편해서 누가 올까 싶기도 했고요.
그래도 저는 에어비앤비를 우리 집에서 꼭 하고 싶었습니다. 동생이 독립해 방이 남는 게 아까웠고, 이사 오기 전 시험 삼아 이전 집에서 했었을 때 손님이 꽤 많았거든요.
무엇보다, 그 때 에어비앤비 손님들을 자식처럼 챙겨주면서 활력을 찾으셨던 엄마에게 다시 그 재미를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가족들을 설득하는 일은 ‘의외로’ 수월했습니다. 이전 집에서 에어비앤비를 시도했을 때 아빠가 워낙 강경하게 반대하셔서 한 달 만에 접었던 걸 생각하면 정말 편했습니다.
원래 아빠는 에어비앤비 해서 고작 몇 푼 버는 거 뭐 하려 하냐고, 집에서도 남 눈치 보면서 사는 거 짜증 난다고 아주 싫어하셨거든요. 아마 부모님 방에 화장실이 생겨서 남과 화장실을 공유하지 않아도 됐던 게 빠른 허락의 가장 큰 이유였지 않나 싶습니다.
실질적으로 게스트를 맞이하고, 청소하고, 챙겨줄 엄마는 공동 호스트로 극진히 모셨습니다. 에어비앤비 대금 지급 통장을 엄마 명의로 설정해 호스팅 수입이 바로 꽂히게 하고요. (제일 중요😇)
여성 게스트만 받겠다, 세탁은 한 번에 얼마다 등 엄마가 원하시는 조건을 전부 그대로 반영했죠. 영어를 무서워하는 엄마를 위해 구글 번역기를 깔아드렸고 예상 Q&A는 미리 상세히 적어두었습니다.
이렇게 부모님의 동의와 도움을 얻어 ‘아무도 안 올 것 같은 집에서 에어비앤비’를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버는 돈 다 드릴 거면 왜 하는 거냐’고 묻는 친구도 많았습니다만, 이건 사업(부업)을 해보고 싶지만 내 능력 내가 모르겠고, 시행착오 하면서 돈 쏟아붓고 싶지 않은 제가 선택한 ‘무위험 장사’였습니다. 작게 시작해보고 잘 되면 그때 내 돈 들여서 시작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전혀 금전적인 이익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예전엔 월 20만 원 정도를 부모님께 용돈으로 드리고 있었는데 에어비앤비 시작하고는 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어차피 에어비앤비 해서 집에 들어오는 돈이 두 배는 넘거든요. (6/20~8/2 현재 수입 947,874원)
에어비앤비 해서 번 돈, 저희는 가족 외식에 쓰기로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아귀찜 먹었고요(10만 원), 그 전 주에 간장게장(9만 원), 그전 달에 해신탕(13만 원) 먹었습니다. 전부 직장인인 자식 1, 2, 3과 부모님 중 누가 낼지 약간 눈치싸움 했던 걸 생각하면 에어비앤비 통장으로 턱턱 결제하는 재미가 좋아요.
외식할 때마다 너희 언니 수완 좋다고, 에어비앤비 재밌다고 추켜세워주시는 부모님 말씀 듣는 기분도 꿀맛이죠. 또 회사일 말고 내가 노력해서 돈 버는 새로운 창구 하나가 있다는 게 꽤 큰 효능감을 줍니다.
사업/부업을 해보고 싶어 많이 알아봤는데요, 에어비앤비가 그 중 난이도 최하위에 속합니다. 소소하게 사업의 재미와 작은 추가 소득을 얻고 싶은 분들께 강력히 추천드려요.
앞으로의 글을 통해 나 같은 살림 바보, 인테리어 멍청이, 세상 제일 바쁜(척하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 운영 Tip을 소개하려 합니다. 여러분의 생활에 작은 숨통이 되기를 바라며.
💬 무지's TIP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 에어비앤비를 하고 싶다면?
가족 동의는 필수, 수익쉐어는 현명하게! 당연한 말이지만, 가족들에게도 ‘금전적 이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돈으로 1/N 하는 것보다는 외식이나 가족 여행, 사진촬영 등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수익이 커도 가족 인원수에 따라 1/N하면 고작 몇 만 원이거든요. ‘5~10만원 벌자고 내가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니?’ 생각하게 만들지 마세요.
화장실 분리가 key point! 호스트도 가족도 게스트도 화장실 앞에서 누구 만나는 게 제일 싫죠. 그러니 가능하다면 게스트에게 화장실 딸린 방을 주거나, 게스트를 제일 불편해하는 사람에게 화장실 딸린 방을 주세요. 화장실이 1개거나 바쁠 때 내가 화장실을 써야 한다면 게스트 화장실 사용 불가 시간을 정해둘 수도 있습니다.
가족들의 조건은 무조건 수용한다! 가족이 사는 집에서 제일 중요한 건 누가 뭐래도 편안한 생활입니다. 가족들의 요청을 토 달지 말고 전부 수용하세요. 게스트나 부업보다 가족이 우선순위라는 걸 자꾸 느끼게 해주세요. 그래도 장사 잘 됩니다.
가족이 사는 집이라는 건 숨기지 말고 널리 알린다! 여성 에어비앤비 게스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안전입니다. 가족이 사는 집이라고 어필하는 건 게스트에게 안전감을 더해줘요. 가족이 사는 집의 방 한 칸 내어주는 게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는 거죠. 다만, 안전을 강조한 만큼 아버지 혼자 여성 1인 게스트의 체크인을 도와야 하는 상황일 때는 게스트에게 미리 고지해 주세요. 나한텐 안전한 아빠여도 낯선 사람에겐 무서울 수 있으니까요!
|
에어비앤비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자면 한도 끝도 없이 많았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지금 집은 서울도 아니고, 역까지는 버스 타고 15분이나 걸려요. 여기서부터 아웃이죠. 어떤 여행객이 이렇게 교통 불편한 곳에 온단 말입니까.
게다가 저는 출퇴근에 왕복 3시간이 걸려 게스트를 챙길 수 없었고, 부모님은 영어를 거의 못 하세요. 가족이 사는 집인데 불편해서 누가 올까 싶기도 했고요.
그래도 저는 에어비앤비를 우리 집에서 꼭 하고 싶었습니다. 동생이 독립해 방이 남는 게 아까웠고, 이사 오기 전 시험 삼아 이전 집에서 했었을 때 손님이 꽤 많았거든요.
무엇보다, 그 때 에어비앤비 손님들을 자식처럼 챙겨주면서 활력을 찾으셨던 엄마에게 다시 그 재미를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가족들을 설득하는 일은 ‘의외로’ 수월했습니다. 이전 집에서 에어비앤비를 시도했을 때 아빠가 워낙 강경하게 반대하셔서 한 달 만에 접었던 걸 생각하면 정말 편했습니다.
원래 아빠는 에어비앤비 해서 고작 몇 푼 버는 거 뭐 하려 하냐고, 집에서도 남 눈치 보면서 사는 거 짜증 난다고 아주 싫어하셨거든요. 아마 부모님 방에 화장실이 생겨서 남과 화장실을 공유하지 않아도 됐던 게 빠른 허락의 가장 큰 이유였지 않나 싶습니다.
실질적으로 게스트를 맞이하고, 청소하고, 챙겨줄 엄마는 공동 호스트로 극진히 모셨습니다. 에어비앤비 대금 지급 통장을 엄마 명의로 설정해 호스팅 수입이 바로 꽂히게 하고요. (제일 중요😇)
여성 게스트만 받겠다, 세탁은 한 번에 얼마다 등 엄마가 원하시는 조건을 전부 그대로 반영했죠. 영어를 무서워하는 엄마를 위해 구글 번역기를 깔아드렸고 예상 Q&A는 미리 상세히 적어두었습니다.
이렇게 부모님의 동의와 도움을 얻어 ‘아무도 안 올 것 같은 집에서 에어비앤비’를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버는 돈 다 드릴 거면 왜 하는 거냐’고 묻는 친구도 많았습니다만, 이건 사업(부업)을 해보고 싶지만 내 능력 내가 모르겠고, 시행착오 하면서 돈 쏟아붓고 싶지 않은 제가 선택한 ‘무위험 장사’였습니다. 작게 시작해보고 잘 되면 그때 내 돈 들여서 시작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전혀 금전적인 이익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예전엔 월 20만 원 정도를 부모님께 용돈으로 드리고 있었는데 에어비앤비 시작하고는 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어차피 에어비앤비 해서 집에 들어오는 돈이 두 배는 넘거든요. (6/20~8/2 현재 수입 947,874원)
에어비앤비 해서 번 돈, 저희는 가족 외식에 쓰기로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아귀찜 먹었고요(10만 원), 그 전 주에 간장게장(9만 원), 그전 달에 해신탕(13만 원) 먹었습니다. 전부 직장인인 자식 1, 2, 3과 부모님 중 누가 낼지 약간 눈치싸움 했던 걸 생각하면 에어비앤비 통장으로 턱턱 결제하는 재미가 좋아요.
외식할 때마다 너희 언니 수완 좋다고, 에어비앤비 재밌다고 추켜세워주시는 부모님 말씀 듣는 기분도 꿀맛이죠. 또 회사일 말고 내가 노력해서 돈 버는 새로운 창구 하나가 있다는 게 꽤 큰 효능감을 줍니다.
사업/부업을 해보고 싶어 많이 알아봤는데요, 에어비앤비가 그 중 난이도 최하위에 속합니다. 소소하게 사업의 재미와 작은 추가 소득을 얻고 싶은 분들께 강력히 추천드려요.
앞으로의 글을 통해 나 같은 살림 바보, 인테리어 멍청이, 세상 제일 바쁜(척하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 운영 Tip을 소개하려 합니다. 여러분의 생활에 작은 숨통이 되기를 바라며.
💬 무지's TIP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서 에어비앤비를 하고 싶다면?
가족 동의는 필수, 수익쉐어는 현명하게!
당연한 말이지만, 가족들에게도 ‘금전적 이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돈으로 1/N 하는 것보다는 외식이나 가족 여행, 사진촬영 등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수익이 커도 가족 인원수에 따라 1/N하면 고작 몇 만 원이거든요. ‘5~10만원 벌자고 내가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니?’ 생각하게 만들지 마세요.
화장실 분리가 key point!
호스트도 가족도 게스트도 화장실 앞에서 누구 만나는 게 제일 싫죠. 그러니 가능하다면 게스트에게 화장실 딸린 방을 주거나, 게스트를 제일 불편해하는 사람에게 화장실 딸린 방을 주세요.
화장실이 1개거나 바쁠 때 내가 화장실을 써야 한다면 게스트 화장실 사용 불가 시간을 정해둘 수도 있습니다.
가족들의 조건은 무조건 수용한다!
가족이 사는 집에서 제일 중요한 건 누가 뭐래도 편안한 생활입니다. 가족들의 요청을 토 달지 말고 전부 수용하세요.
게스트나 부업보다 가족이 우선순위라는 걸 자꾸 느끼게 해주세요. 그래도 장사 잘 됩니다.
가족이 사는 집이라는 건 숨기지 말고 널리 알린다!
여성 에어비앤비 게스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안전입니다. 가족이 사는 집이라고 어필하는 건 게스트에게 안전감을 더해줘요. 가족이 사는 집의 방 한 칸 내어주는 게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는 거죠.
다만, 안전을 강조한 만큼 아버지 혼자 여성 1인 게스트의 체크인을 도와야 하는 상황일 때는 게스트에게 미리 고지해 주세요. 나한텐 안전한 아빠여도 낯선 사람에겐 무서울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