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 할 마음도 먹었겠다.
고객, 지역, 경쟁자 분석을 끝내고 내 방의 뽀인트(point)를 잡아 사진까지 찍었다면?
이제 우리의 고객 분석 가설을 확인할 시간입니다.
일단 시작하자!
아무리 준비해도 막상 시작하려고 보면 아쉬운 것 천지예요. 저도 엄마 취향인 꽃이불 대신 호텔 침구로 사다 놓고 싶었고 옷장도 더 있어야 할 거 같았거든요. 숙소 소개도 중국어, 일본어로 적어놓고 싶었죠.
아쉬운 게 산더미였지만 일단 영업 개시부터 했습니다. 서울 가는 데 한 시간 반, 역까지 도보 30분이 걸리는 이런 집에 누가 오긴 오는지, 확인부터 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시간은 가고
세상 사람 다 보라는 듯이 유난 떨면서 주말 내내 호스팅을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죠, 대체. 엄마, 아빠의 기대 섞인 눈빛에 매번 “아직 안 들어왔어. 기다려봐~”라고 대답하는 게 점점 민망해졌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첫 번째 메시지가 왔습니다. 중국인 여성 2명이 4일 밤(4 nights)을 묵고 싶다며 보내온 메시지였어요. 썸남에게 카톡 하듯 떨리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응대했습니다.
한참 영업을 한 결과, 드디어 고객 유치에 성공했고 손님이 결제까지 마무리 했습니… 다? 어, 가격이 좀 이상합니다. 66,654원? 아무리 첫 손님 파격 할인을 했대도, 한 명당 하룻밤 8천 원꼴이네요? 😨
전말은 이러했습니다
에어비앤비에는 기본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이 묵을 때 추가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제 숙소의 기본 인원은 1명이었는데, 저는 추가 요금을 설정하지 않았던 거죠.
뭐 어떡하겠어요, 초보 호스트의 실수인걸요. 예약을 취소하거나 추가 입금을 요청하는 대신 오픈 기념 특특특특특가! 라고 마음의 위안 삼았습니다.
두 번째 예약이 들어오다!
마음을 곱게 써서 그런지 (?) 다음 예약도 바로 들어왔습니다. 보름 정도의 일정을 한 번에 예약하고 싶다며 장기 숙박에 대한 추가 할인이 가능한지 문의를 하셨어요. 신기했습니다. 이 동네에서 2주나 있어야 할 이유가 대체 뭔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살짝 물어봤습니다.
“숙박 목적을 여쭤봐도 될까요?”
근처 병원에 실습을 오신답니다. 간호 전공 중인 대학생이고, 이 근처 병원으로 2주간 실습을 나오게 됐는데 집에서는 너무 멀어 고시원이랑 모텔을 알아보셨다고 해요.
그런데 둘 다 여자 혼자 묵기엔 좀 무섭고, 2주짜리 단기 원룸도 찾아봤는데 ‘달방(한 달씩 예약)’이거나 너무 비쌌다고요.
2주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있었던 학생이 하루 먼저 체크아웃했습니다. 냉장고에는 포스트잇 편지가 붙어있었고 냉장고 안엔 홍시, 자몽, 망고 생과일주스가 몇 통이나 들어있었죠.
먼 데 와서 공부랑 일 병행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가끔 먹을 것 챙겨 주신 저희 부모님에 대한 감사 표시로 넣어두신 거예요.
가는 모습도 못 봤는데 선물까지 안겨줬던 그 고마운 학생이 에어비앤비를 계속 운영해야 할 이유가 되어줬습니다.
실습생 손님이 저희에게 특별한 의미가 된 이유. 따뜻한 마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희에게 방향을 알려주셨기 때문이에요. 그전에는 ‘에어비앤비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오겠지~’라며 짐작하고만 있었거든요.
우리 동네에 병원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실습’이라는 세계를 전혀 몰랐던 우리 가족에게 이 손님은 진짜 귀인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집 에어비앤비 손님의 80%가 장기 숙박입니다. 병원에 실습 오는 간호대 학생, 근처에 취직했는데 아직 사택 배정이 나지 않은 직장인, 근처 대학교에 교환학생 오는데 마찬가지로 아직 기숙사가 나오지 않은 외국인 학생 등등 파견, 실습, 인턴 같은 사유가 가장 많아요.
에어비앤비도 린하게 운영하자!
스타트업 업계에 유명한 개념이 있습니다. MVP (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이라는 뜻인데요. 1년에 한 번 발표하는 애플의 아이폰처럼, 큰 기업들은 연구도 오래 하고 상품 하나를 극강의 완성도로 낼 수 있죠.
하지만 스타트업에는 그럴 시간과 돈이 없기 때문에 핵심 아이디어만 빠르게 만들어 이 제품이 시장에 맞는지, 이걸 바라는 고객이 있는지 찾아보자는 겁니다.
고객이 있으면, 그때 ‘고객 의견을 토대로’ 제품을 발전시키고, 고객이 없으면 빠르게 접는 게 MVP입니다.
저는 직장인의 부업이야말로 ‘린’하게(=빠르고 가볍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본업이 있고, 부업에는 본업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일단 ‘최소 기능’만 빠르게 만들어 두고, 그다음 우리 집이 어떤 사람들에게 먹힐지, 어떤 목적으로 쓰일지는 고객을 통해 확인해 나가는 걸 추천합니다. 그래야 적은 노력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망해도 손해가 적습니다.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시나리오를 짜서 움직이는 것보다 ‘시장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시킬 방법이기도 하고요.
MVP로 린하게 타깃군 찾는 방법
1. 에어비앤비의 컨셉을 잡았다면, 미루지 말고 일단 호스팅부터 시작한다.
2. ‘즉시 예약’ 기능은 꺼놓는다. 모든 사람이 문의해야 예약할 수 있도록 한다.
3. 문의하시는 고객들께 ‘숙박 목적’을 묻는다.
4. 3번을 통해 유의미한 타깃군을 발견했다면, 숙소 설명에 ‘숙박 목적'을 대놓고 써놓는다. 써두면, 비슷한 사람이 또 예약한다.
5. 3번과 4번을 반복한다. 초반 6개월 정도는 계속해서 우리 숙소의 Product-Market Fit을 맞춰가는 게 좋다.
일단 시작하자!
아무리 준비해도 막상 시작하려고 보면 아쉬운 것 천지예요. 저도 엄마 취향인 꽃이불 대신 호텔 침구로 사다 놓고 싶었고 옷장도 더 있어야 할 거 같았거든요. 숙소 소개도 중국어, 일본어로 적어놓고 싶었죠.
아쉬운 게 산더미였지만 일단 영업 개시부터 했습니다. 서울 가는 데 한 시간 반, 역까지 도보 30분이 걸리는 이런 집에 누가 오긴 오는지, 확인부터 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시간은 가고
세상 사람 다 보라는 듯이 유난 떨면서 주말 내내 호스팅을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죠, 대체. 엄마, 아빠의 기대 섞인 눈빛에 매번 “아직 안 들어왔어. 기다려봐~”라고 대답하는 게 점점 민망해졌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첫 번째 메시지가 왔습니다. 중국인 여성 2명이 4일 밤(4 nights)을 묵고 싶다며 보내온 메시지였어요. 썸남에게 카톡 하듯 떨리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응대했습니다.
한참 영업을 한 결과, 드디어 고객 유치에 성공했고 손님이 결제까지 마무리 했습니… 다? 어, 가격이 좀 이상합니다. 66,654원? 아무리 첫 손님 파격 할인을 했대도, 한 명당 하룻밤 8천 원꼴이네요? 😨
전말은 이러했습니다
에어비앤비에는 기본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이 묵을 때 추가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제 숙소의 기본 인원은 1명이었는데, 저는 추가 요금을 설정하지 않았던 거죠.
뭐 어떡하겠어요, 초보 호스트의 실수인걸요. 예약을 취소하거나 추가 입금을 요청하는 대신 오픈 기념 특특특특특가! 라고 마음의 위안 삼았습니다.
두 번째 예약이 들어오다!
마음을 곱게 써서 그런지 (?) 다음 예약도 바로 들어왔습니다. 보름 정도의 일정을 한 번에 예약하고 싶다며 장기 숙박에 대한 추가 할인이 가능한지 문의를 하셨어요. 신기했습니다. 이 동네에서 2주나 있어야 할 이유가 대체 뭔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살짝 물어봤습니다.
근처 병원에 실습을 오신답니다. 간호 전공 중인 대학생이고, 이 근처 병원으로 2주간 실습을 나오게 됐는데 집에서는 너무 멀어 고시원이랑 모텔을 알아보셨다고 해요.
그런데 둘 다 여자 혼자 묵기엔 좀 무섭고, 2주짜리 단기 원룸도 찾아봤는데 ‘달방(한 달씩 예약)’이거나 너무 비쌌다고요.
2주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있었던 학생이 하루 먼저 체크아웃했습니다. 냉장고에는 포스트잇 편지가 붙어있었고 냉장고 안엔 홍시, 자몽, 망고 생과일주스가 몇 통이나 들어있었죠.
먼 데 와서 공부랑 일 병행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가끔 먹을 것 챙겨 주신 저희 부모님에 대한 감사 표시로 넣어두신 거예요.
가는 모습도 못 봤는데 선물까지 안겨줬던 그 고마운 학생이 에어비앤비를 계속 운영해야 할 이유가 되어줬습니다.
실습생 손님이 저희에게 특별한 의미가 된 이유. 따뜻한 마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희에게 방향을 알려주셨기 때문이에요. 그전에는 ‘에어비앤비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오겠지~’라며 짐작하고만 있었거든요.
우리 동네에 병원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실습’이라는 세계를 전혀 몰랐던 우리 가족에게 이 손님은 진짜 귀인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집 에어비앤비 손님의 80%가 장기 숙박입니다. 병원에 실습 오는 간호대 학생, 근처에 취직했는데 아직 사택 배정이 나지 않은 직장인, 근처 대학교에 교환학생 오는데 마찬가지로 아직 기숙사가 나오지 않은 외국인 학생 등등 파견, 실습, 인턴 같은 사유가 가장 많아요.
에어비앤비도 린하게 운영하자!
스타트업 업계에 유명한 개념이 있습니다. MVP (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이라는 뜻인데요. 1년에 한 번 발표하는 애플의 아이폰처럼, 큰 기업들은 연구도 오래 하고 상품 하나를 극강의 완성도로 낼 수 있죠.
하지만 스타트업에는 그럴 시간과 돈이 없기 때문에 핵심 아이디어만 빠르게 만들어 이 제품이 시장에 맞는지, 이걸 바라는 고객이 있는지 찾아보자는 겁니다.
고객이 있으면, 그때 ‘고객 의견을 토대로’ 제품을 발전시키고, 고객이 없으면 빠르게 접는 게 MVP입니다.
저는 직장인의 부업이야말로 ‘린’하게(=빠르고 가볍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본업이 있고, 부업에는 본업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일단 ‘최소 기능’만 빠르게 만들어 두고, 그다음 우리 집이 어떤 사람들에게 먹힐지, 어떤 목적으로 쓰일지는 고객을 통해 확인해 나가는 걸 추천합니다. 그래야 적은 노력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망해도 손해가 적습니다.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시나리오를 짜서 움직이는 것보다 ‘시장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시킬 방법이기도 하고요.
MVP로 린하게 타깃군 찾는 방법
1. 에어비앤비의 컨셉을 잡았다면, 미루지 말고 일단 호스팅부터 시작한다.
2. ‘즉시 예약’ 기능은 꺼놓는다. 모든 사람이 문의해야 예약할 수 있도록 한다.
3. 문의하시는 고객들께 ‘숙박 목적’을 묻는다.
4. 3번을 통해 유의미한 타깃군을 발견했다면, 숙소 설명에 ‘숙박 목적'을 대놓고 써놓는다. 써두면, 비슷한 사람이 또 예약한다.
5. 3번과 4번을 반복한다. 초반 6개월 정도는 계속해서 우리 숙소의 Product-Market Fit을 맞춰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