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매주 <돈구석 1열>을 통해 금융, 경제를 소재로 한 영화 속 용어와 개념들을 설명해드릴 거예요.
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은 오늘 머니레터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장면을 떠올려보고,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머니레터를 잘 읽은 뒤 영화를 보시면 쏙쏙 이해가 될 겁니다.
스포일러가 되는 내용은 없도록 개념 위주로 말씀드릴 테니 너무 걱정은 마시고요!
돈구석 1열 첫 시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그린 실화 바탕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입니다.
자레드 베넷과 마크 바움,
미국 하우징 버블에 베팅하다
젠가로 상품 PR을 하는 자레드 베넷(좌)과
듣고 있는 마크 바움(우)
때는 2006년.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에 근무하는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을 만나게 됩니다.
자레드 베넷은 소수의 투자자를 선택해 투자 상품을 파는 게 특기였는데, 마크 바움이 그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 했거든요.
미팅 도중, 자레드 베넷은 테이블 위로 젠가(Jenga)를 꺼냅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파는 상품에 대한 PR을 시작하죠.
그가 팔던 상품은 ‘젠가가 무너지면 돈을 버는 상품’이었습니다.
젠가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젠가를 하나하나 빼고, PR이 끝날 때쯤 젠가는 쏟아지듯 무너집니다.
인상적인 PR을 듣고 난 뒤, 마크 바움은 그의 투자 상품에 매력을 느끼게 되죠.
이 영화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를 끝까지 보신 분이라면, 무너진 젠가의 상징성이 무엇이고 이들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기억하실 겁니다.
말로만 자주 들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 사태가 시작되기 전 세계 금융시장에는 정확하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요?
금융위기 속 금융개념들과 그 여파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하나하나 짚어보려 합니다.
모기지,
이런 뜻이었어?
자레드 베넷과 마크 바움이 베팅하려는 시장은 미국의 주택시장(housing market)입니다.
주택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낼 수도, 손실을 볼 수도 있는 투자상품이었어요. 자레드 베넷의 무너진 젠가는 미국의 주택시장인 셈이죠.
기본적으로 주택시장에서 가장 큰 손은 은행입니다. 큰 자본력으로 일반 서민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내주곤 하죠.
보통 주택담보대출은 10~30년 동안 장기 대출로 묶이는데, 이 긴 기간 동안 은행이 이자만 받고 손을 떼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자체를 현금화하기 위해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모아 하나의 증권으로 ‘증권화’합니다. 증권화. 쉽게 보면 되팔기입니다.
이 과정을 한번 예시로 들어볼게요.
자, 여기 100명의 개인이 은행에게 돈을 100만 원씩 빌렸다고 해봅시다. 총 1억 원의 금액이 되겠죠.
은행은 이 100만 원짜리 대출 100개를 되팔기 위해 1억 원어치 하나의 증권으로 만들어서 투자를 유치합니다. 투자자가 이 증권에 투자하면, 100명의 개인들이 은행에 갚는 이자와 원금을 수익으로 받아 갈 수 있죠. 이 증권화의 결과로 은행은 유동성인 현금을 얻게 되고, 투자자는 투자의 결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주는 증권을 얻게 됩니다. 이를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기반(Backed)으로 하는 증권(Security)이라 하여 Mortgage Backed Security, MBS라고 부릅니다.
MBS가 중요했던 이유
투자자 관점에서 다시 설명해볼게요. MBS는 원금을 투자하면, 주택담보대출 채무자(돈을 빌린 사람)에게서 대출 원금과 이자를 꾸준히 받을 수 있는 투자상품입니다. 만기와 이자율이 정해진 일종의 채권 투자인데, 주택담보대출 만기까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개인투자자들이 이 MBS에 투자하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파는 단위가 엄청 크거든요.
그럼 개인투자자 중 한 명인 우리가 굳이 관심을 가져야 하나… 싶은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네 그렇습니다.
투자자로서의 개인이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개인 입장에서 MBS가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은행 입장에서 개인의 주택담보대출을 직접 들고 있는 건 큰 부담이 됩니다. 20~30년짜리 초장기 대출인데 이 기간 동안 목돈을 빌려준 뒤, 자잘하게 들어오는 상환금액만으로는 은행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테니까요.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반 은행들은 서민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걸 꺼리게 되고, 서민들의 집 장만 계획은 더 어려워지게 될 겁니다.
MBS는 그 부담을 없애줄 수 있는 적절한 도구입니다. MBS 시장이 활성화가 되면, 은행이 개인에게 주택담보대출을 더 저렴하고 더 안정성 있게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0년 초중반에 국내 MBS 시장이 높은 성장을 보였는데요, 같은 시기 주택 관련 대출 또한 큰 성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MBS라는 단어를 보게 되면 은행으로부터의 대출을 쉽게 만들어 우리의 주택담보대출을 쉽게 해주는 도구 정도로 생각해주면 됩니다.
영화로 다시 보는
당시 미국 주택시장
영화로 다시 돌아와 보죠. 자레드 베넷과 마크 바움이 베팅하려는 상품은 ‘MBS가 부도났을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입니다.
MBS가 부도난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바로 주택시장의 붕괴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서민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주택담보대출로 이루어진 MBS가 부도를 맞이하게 되는 거예요.
앞에선 MBS의 순기능을 이야기했지만, 은행이 MBS에 지나치게 기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과하게 시행하는 경우, 부실 대출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투자에 과도한 투기 성향까지 더해지면 주택 시장이 망가지겠죠.
당시 미국 주택시장의 모습이 그랬었습니다. 은행들이 제대로 대출 심사를 하지 않아 부실 대출은 급격히 늘어났고, 사람들은 빚을 내고 산 집을 담보로 또 빚을 내어 여러 채의 집을 소유했습니다.
대출을 강아지 이름으로도 내어주고, 죽은 사람 명의를 사용해서 해줬다는 기록도 있을 만큼 주택담보대출 버블이 심했어요.
이렇게 마구잡이로 대출이 이루어지는 동안,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점점 상승합니다. 동시에 MBS의 부도가 예측되기 시작하죠.
자레드 베넷과 마크 바움은 이걸 계기로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겁니다. 투자한 상품은 신용부도스왑. 일종의 파생상품입니다. 미래의 움직임에 베팅하는 거죠.
영화 속 스토리로 봤을 때는 무심코 지나갔던 내용들을 이렇게 제대로 살펴보니 어떠신가요?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모기지, 서브프라임 같은 것들이 다르게 다가올 것 같은데요.
아직 못 보신 분들은 땡플릭스에서도 보실 수 있다는 사실을 살짝 알려드리며, 다음 시간에는 신용부도스왑, 이 파생상품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앞으로 매주 <돈구석 1열>을 통해 금융, 경제를 소재로 한 영화 속 용어와 개념들을 설명해드릴 거예요.
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은 오늘 머니레터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장면을 떠올려보고,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머니레터를 잘 읽은 뒤 영화를 보시면 쏙쏙 이해가 될 겁니다.
스포일러가 되는 내용은 없도록 개념 위주로 말씀드릴 테니 너무 걱정은 마시고요!
돈구석 1열 첫 시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그린 실화 바탕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입니다.
자레드 베넷과 마크 바움,
미국 하우징 버블에 베팅하다
젠가로 상품 PR을 하는 자레드 베넷(좌)과
듣고 있는 마크 바움(우)
때는 2006년.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에 근무하는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을 만나게 됩니다.
자레드 베넷은 소수의 투자자를 선택해 투자 상품을 파는 게 특기였는데, 마크 바움이 그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 했거든요.
미팅 도중, 자레드 베넷은 테이블 위로 젠가(Jenga)를 꺼냅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파는 상품에 대한 PR을 시작하죠.
그가 팔던 상품은 ‘젠가가 무너지면 돈을 버는 상품’이었습니다.
젠가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젠가를 하나하나 빼고, PR이 끝날 때쯤 젠가는 쏟아지듯 무너집니다.
인상적인 PR을 듣고 난 뒤, 마크 바움은 그의 투자 상품에 매력을 느끼게 되죠.
이 영화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를 끝까지 보신 분이라면, 무너진 젠가의 상징성이 무엇이고 이들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기억하실 겁니다.
말로만 자주 들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 사태가 시작되기 전 세계 금융시장에는 정확하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요?
금융위기 속 금융개념들과 그 여파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하나하나 짚어보려 합니다.
모기지,
이런 뜻이었어?
자레드 베넷과 마크 바움이 베팅하려는 시장은 미국의 주택시장(housing market)입니다.
주택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낼 수도, 손실을 볼 수도 있는 투자상품이었어요. 자레드 베넷의 무너진 젠가는 미국의 주택시장인 셈이죠.
기본적으로 주택시장에서 가장 큰 손은 은행입니다. 큰 자본력으로 일반 서민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내주곤 하죠.
보통 주택담보대출은 10~30년 동안 장기 대출로 묶이는데, 이 긴 기간 동안 은행이 이자만 받고 손을 떼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자체를 현금화하기 위해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모아 하나의 증권으로 ‘증권화’합니다. 증권화. 쉽게 보면 되팔기입니다.
이 과정을 한번 예시로 들어볼게요.
자, 여기 100명의 개인이 은행에게 돈을 100만 원씩 빌렸다고 해봅시다. 총 1억 원의 금액이 되겠죠.
은행은 이 100만 원짜리 대출 100개를 되팔기 위해 1억 원어치 하나의 증권으로 만들어서 투자를 유치합니다. 투자자가 이 증권에 투자하면, 100명의 개인들이 은행에 갚는 이자와 원금을 수익으로 받아 갈 수 있죠. 이 증권화의 결과로 은행은 유동성인 현금을 얻게 되고, 투자자는 투자의 결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주는 증권을 얻게 됩니다. 이를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기반(Backed)으로 하는 증권(Security)이라 하여 Mortgage Backed Security, MBS라고 부릅니다.
MBS가 중요했던 이유
투자자 관점에서 다시 설명해볼게요. MBS는 원금을 투자하면, 주택담보대출 채무자(돈을 빌린 사람)에게서 대출 원금과 이자를 꾸준히 받을 수 있는 투자상품입니다. 만기와 이자율이 정해진 일종의 채권 투자인데, 주택담보대출 만기까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개인투자자들이 이 MBS에 투자하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파는 단위가 엄청 크거든요.
그럼 개인투자자 중 한 명인 우리가 굳이 관심을 가져야 하나… 싶은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네 그렇습니다.
투자자로서의 개인이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개인 입장에서 MBS가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은행 입장에서 개인의 주택담보대출을 직접 들고 있는 건 큰 부담이 됩니다. 20~30년짜리 초장기 대출인데 이 기간 동안 목돈을 빌려준 뒤, 자잘하게 들어오는 상환금액만으로는 은행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테니까요.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반 은행들은 서민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걸 꺼리게 되고, 서민들의 집 장만 계획은 더 어려워지게 될 겁니다.
MBS는 그 부담을 없애줄 수 있는 적절한 도구입니다. MBS 시장이 활성화가 되면, 은행이 개인에게 주택담보대출을 더 저렴하고 더 안정성 있게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0년 초중반에 국내 MBS 시장이 높은 성장을 보였는데요, 같은 시기 주택 관련 대출 또한 큰 성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MBS라는 단어를 보게 되면 은행으로부터의 대출을 쉽게 만들어 우리의 주택담보대출을 쉽게 해주는 도구 정도로 생각해주면 됩니다.
영화로 다시 보는
당시 미국 주택시장
영화로 다시 돌아와 보죠. 자레드 베넷과 마크 바움이 베팅하려는 상품은 ‘MBS가 부도났을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입니다.
MBS가 부도난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바로 주택시장의 붕괴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는 서민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주택담보대출로 이루어진 MBS가 부도를 맞이하게 되는 거예요.
앞에선 MBS의 순기능을 이야기했지만, 은행이 MBS에 지나치게 기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과하게 시행하는 경우, 부실 대출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투자에 과도한 투기 성향까지 더해지면 주택 시장이 망가지겠죠.
당시 미국 주택시장의 모습이 그랬었습니다. 은행들이 제대로 대출 심사를 하지 않아 부실 대출은 급격히 늘어났고, 사람들은 빚을 내고 산 집을 담보로 또 빚을 내어 여러 채의 집을 소유했습니다.
대출을 강아지 이름으로도 내어주고, 죽은 사람 명의를 사용해서 해줬다는 기록도 있을 만큼 주택담보대출 버블이 심했어요.
이렇게 마구잡이로 대출이 이루어지는 동안,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점점 상승합니다. 동시에 MBS의 부도가 예측되기 시작하죠.
자레드 베넷과 마크 바움은 이걸 계기로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겁니다. 투자한 상품은 신용부도스왑. 일종의 파생상품입니다. 미래의 움직임에 베팅하는 거죠.
영화 속 스토리로 봤을 때는 무심코 지나갔던 내용들을 이렇게 제대로 살펴보니 어떠신가요?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모기지, 서브프라임 같은 것들이 다르게 다가올 것 같은데요.
아직 못 보신 분들은 땡플릭스에서도 보실 수 있다는 사실을 살짝 알려드리며, 다음 시간에는 신용부도스왑, 이 파생상품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