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돈구석1열, 첫 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어려운 용어가 많았는데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좋은 피드백들이 많았어요.
두꺼운 경제 관련 서적을 놓고 차근차근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영화를 통해 금융 공부를 하는 것도 독자님들께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쁩니다!
영화 <빅쇼트>는 영화적 재미도 있지만 금융 공부의 측면에서도 짚고 넘어갈 게 많은 영화라, 다음 주까지 3부작으로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이번 주말에 영화를 보시는 것도 좋겠어요.
그럼 돈구석1열, 영화 <빅쇼트> 두 번째 이야기 시작해볼게요.
지난 시간에는 당시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과 당시 미국 주택시장이 갖고 있던 문제점, MBS(Mortgage Backed Security)라는 이름의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증권 상품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돈이 나올 구석을 알아차린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돈을 만들어갔는지 그 방식에 대해 좀 더 살펴볼까요?
신용부도스와프
CDS(Credit Default Swap)
출처: mxdwn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마이클 버리라는 이름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가 미국 주택시장이 과열돼있다는 사실을 일찍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뭔가에 꽂힌 표정으로 증권사를 찾아가 어떤 상품에 투자하겠다고 얘기하는데요.
이 얘길 듣자마자 모든 증권사 직원들이 의아해합니다. 그 상품이 대체 뭐길래 증권사 직원들이 의아해한 걸까요?
누군가가 망할 때
누군가는 돈을 번다
어떤 기업, 또는 나라가 파산하는 모습을 떠올려봅시다. 생각만 해도 우울한 장면이죠.
특히 IMF를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국가 부도, 파산이란 단어는 아직도 불편한 단어일 거예요.
하지만 이 우울한 상황에서도 모두가 울고 있지는 않습니다. 울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방긋 웃는 사람들이 있어요.
누군가 파산할 때 웃음을 짓는 사람의 정체, 바로 신용부도스와프 매수자입니다.
영어로는 Credit Default Swap, 줄여서 CDS인데요. 직역하면 신용부도에 대한 위험을 스와프, 교환하는 상품이라는 뜻이에요.
신용위험이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시죠. 하지만 금융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용’이라는 개념을 계량화해서 상품으로 사고파는 거예요.
예를 들어볼게요. A가 친한 친구 B에게 100만 원을 빌려주고 1년 뒤에 받는다고 상상해봅시다.
B의 신용이 좋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위험이 발생합니다.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이때 A에게 노출되는 위험을 두고 신용위험(신용리스크)이라고 부릅니다. 모든 투자자는 위험을 싫어합니다.
신용위험 역시 마찬가지죠. A는 신용위험을 최대한 줄이려는 방법을 찾아보려 할 거예요.
누군가에게 이 신용위험을 넘길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A는 또 다른 친구 C에게 달려가 3개월마다 1만 원씩 줄 테니, 만약 B가 돈을 못 갚는다면 C가 대신 갚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C는 1만 원이라는 수수료를 챙기게 되고 A는 위험을 덜 수 있으니 대출받기가 더 쉬워지겠죠.
B가 돈을 못 갚는다면? B의 돈을 C가 대신 갚는 계약을 체결한 A는, B의 채무불이행으로 빌려준 돈을 잃는 것이 아닙니다. C가 대신 갚아주는 돈을 받게 되죠.
C의 입장에서 B가 돈을 잘 갚는 친구였다면 선뜻 계약에 동의하겠지만, 아니라면 3개월마다 B의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A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됩니다.
이 돈을 신용 프리미엄이라 부르며, 이 신용 프리미엄은 곧 채무자의 신용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사용됩니다.
신용부도스와프와
파산 위험
종종 신문에서 특정 국가의 신용 프리미엄이 높아졌다고 말하는데요. 그 국가에 부도가 생길 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도’는 보통 회사가 부채를 갚지 못해서 발생하는 사건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국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그리스입니다. 그리스 국채 신용부도스와프의 신용 프리미엄이 꼭대기를 찍고 얼마 뒤인 2011년 겨울, 파산을 선언하게 되죠.
IMF 채무 1조 9천억 원을 상환하지 못하고 부도 상태에 빠집니다.
출처: tradingeconomics
최근 우리나라도 CDS 프리미엄이 치솟았을 때 부도 위기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받았을 만큼, CDS는 현재 금융시장에서 국가와 기업들의 신용을 평가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화로 다시 보는
CDS 매수
다시 <빅쇼트> 얘기로 돌아가 보죠. 마이클 버리는 증권사에 찾아가 주택시장에 대한 CDS 매수를 주문합니다.
곧 미국의 주택시장이 붕괴하리라 예측하면서, 그렇게 됐을 때 돈을 벌 수 있는 투자상품을 매수한 거죠.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할 거라고 믿지 않았던 증권사 직원들은 헛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는 월스트리트예요.
누구도 공짜로 돈을 주겠다는 사람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 비웃음을 뒤로하고, 마이클 버리는 엄청난 금액의 CDS 계약을 성사시킵니다. 그만큼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죠.
이 베팅에서 누가 승리자가 되었는지는 영화를 보셨다면 아실 겁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도 2008년 금융위기를 잘 기억하고 계신다면 대략 눈치채실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주택시장이 붕괴되어 모두가 패닉일 때, 돈을 벌었던 사람들의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누군가가 망하는 것에 베팅을 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망하는 사람’의 입장에 공감해본다면 영 기분이 찜찜하기만 할 텐데요.
돈이라는 것이 이런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적어도 위험이 생겼을 때 ‘방어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주택시장의 붕괴가 어떻게 금융시장 전체에 대폭락을 몰고 왔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폭락의 시대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도 함께요!
지난주 돈구석1열, 첫 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어려운 용어가 많았는데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좋은 피드백들이 많았어요.
두꺼운 경제 관련 서적을 놓고 차근차근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영화를 통해 금융 공부를 하는 것도 독자님들께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쁩니다!
영화 <빅쇼트>는 영화적 재미도 있지만 금융 공부의 측면에서도 짚고 넘어갈 게 많은 영화라, 다음 주까지 3부작으로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이번 주말에 영화를 보시는 것도 좋겠어요.
그럼 돈구석1열, 영화 <빅쇼트> 두 번째 이야기 시작해볼게요.
지난 시간에는 당시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과 당시 미국 주택시장이 갖고 있던 문제점, MBS(Mortgage Backed Security)라는 이름의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증권 상품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돈이 나올 구석을 알아차린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돈을 만들어갔는지 그 방식에 대해 좀 더 살펴볼까요?
신용부도스와프
CDS(Credit Default Swap)
출처: mxdwn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마이클 버리라는 이름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가 미국 주택시장이 과열돼있다는 사실을 일찍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뭔가에 꽂힌 표정으로 증권사를 찾아가 어떤 상품에 투자하겠다고 얘기하는데요.
이 얘길 듣자마자 모든 증권사 직원들이 의아해합니다. 그 상품이 대체 뭐길래 증권사 직원들이 의아해한 걸까요?
누군가가 망할 때
누군가는 돈을 번다
어떤 기업, 또는 나라가 파산하는 모습을 떠올려봅시다. 생각만 해도 우울한 장면이죠.
특히 IMF를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국가 부도, 파산이란 단어는 아직도 불편한 단어일 거예요.
하지만 이 우울한 상황에서도 모두가 울고 있지는 않습니다. 울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방긋 웃는 사람들이 있어요.
누군가 파산할 때 웃음을 짓는 사람의 정체, 바로 신용부도스와프 매수자입니다.
영어로는 Credit Default Swap, 줄여서 CDS인데요. 직역하면 신용부도에 대한 위험을 스와프, 교환하는 상품이라는 뜻이에요.
신용위험이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시죠. 하지만 금융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용’이라는 개념을 계량화해서 상품으로 사고파는 거예요.
예를 들어볼게요. A가 친한 친구 B에게 100만 원을 빌려주고 1년 뒤에 받는다고 상상해봅시다.
B의 신용이 좋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위험이 발생합니다.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이때 A에게 노출되는 위험을 두고 신용위험(신용리스크)이라고 부릅니다. 모든 투자자는 위험을 싫어합니다.
신용위험 역시 마찬가지죠. A는 신용위험을 최대한 줄이려는 방법을 찾아보려 할 거예요.
누군가에게 이 신용위험을 넘길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A는 또 다른 친구 C에게 달려가 3개월마다 1만 원씩 줄 테니, 만약 B가 돈을 못 갚는다면 C가 대신 갚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C는 1만 원이라는 수수료를 챙기게 되고 A는 위험을 덜 수 있으니 대출받기가 더 쉬워지겠죠.
B가 돈을 못 갚는다면? B의 돈을 C가 대신 갚는 계약을 체결한 A는, B의 채무불이행으로 빌려준 돈을 잃는 것이 아닙니다. C가 대신 갚아주는 돈을 받게 되죠.
C의 입장에서 B가 돈을 잘 갚는 친구였다면 선뜻 계약에 동의하겠지만, 아니라면 3개월마다 B의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A에게 더 많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됩니다.
이 돈을 신용 프리미엄이라 부르며, 이 신용 프리미엄은 곧 채무자의 신용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사용됩니다.
신용부도스와프와
파산 위험
종종 신문에서 특정 국가의 신용 프리미엄이 높아졌다고 말하는데요. 그 국가에 부도가 생길 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도’는 보통 회사가 부채를 갚지 못해서 발생하는 사건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국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그리스입니다. 그리스 국채 신용부도스와프의 신용 프리미엄이 꼭대기를 찍고 얼마 뒤인 2011년 겨울, 파산을 선언하게 되죠.
IMF 채무 1조 9천억 원을 상환하지 못하고 부도 상태에 빠집니다.
출처: tradingeconomics
최근 우리나라도 CDS 프리미엄이 치솟았을 때 부도 위기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받았을 만큼, CDS는 현재 금융시장에서 국가와 기업들의 신용을 평가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화로 다시 보는
CDS 매수
다시 <빅쇼트> 얘기로 돌아가 보죠. 마이클 버리는 증권사에 찾아가 주택시장에 대한 CDS 매수를 주문합니다.
곧 미국의 주택시장이 붕괴하리라 예측하면서, 그렇게 됐을 때 돈을 벌 수 있는 투자상품을 매수한 거죠.
미국 주택시장이 붕괴할 거라고 믿지 않았던 증권사 직원들은 헛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는 월스트리트예요.
누구도 공짜로 돈을 주겠다는 사람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 비웃음을 뒤로하고, 마이클 버리는 엄청난 금액의 CDS 계약을 성사시킵니다. 그만큼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죠.
이 베팅에서 누가 승리자가 되었는지는 영화를 보셨다면 아실 겁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도 2008년 금융위기를 잘 기억하고 계신다면 대략 눈치채실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주택시장이 붕괴되어 모두가 패닉일 때, 돈을 벌었던 사람들의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누군가가 망하는 것에 베팅을 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망하는 사람’의 입장에 공감해본다면 영 기분이 찜찜하기만 할 텐데요.
돈이라는 것이 이런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적어도 위험이 생겼을 때 ‘방어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주택시장의 붕괴가 어떻게 금융시장 전체에 대폭락을 몰고 왔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폭락의 시대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도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