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돈 이야기 

머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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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돈구석 1열] 미안하지만 나 먼저 탈출한다 🏃




지난 시간까지 금융 위험, 주택시장 붕괴에 베팅해서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CDS, 신용부도스와프의 개념을 알아보았습니다. 

누군가가 망하는 것에 돈을 걸었고, 그래서 돈을 번 사람들이 있었으니 이제 그 이후에 전개되는 상황들을 살펴봐야겠죠? 

돈구석 1열, <빅쇼트> 시리즈의 마지막 에피소드 시작합니다!



AA...트랜치... 

반대 매매…?


주식투자를 통해 자산가가 된 제이미와 찰리. 둘은 더 큰 한 방을 노리며 파생상품 시장에 뛰어듭니다. 

은퇴한 브로커 벤과 함께 투자할 상품을 고민하던 중 찰리는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얘기합니다.


찰리:

“AA 트랜치 반대매매를 하자.”


찰리의 말을 들은 제이미와 벤은 이렇게 같이 대답합니다.


제이미:

“찰리 말에 동의한 적이 없긴 하지만,

이번엔 찰리가 맞는 거 같아요.”


벤:

“풋내기 어린 애들인 줄만 알았는데,

쓸만한 생각을 하긴 하는군.”


이 대화들만으로는 ‘이게 도대체 자기들끼리 무슨 소리야…’ 하는 말이 절로 나오죠. 

하지만 이 짧은 대화 속에 숨겨진 맥락을 살펴보면 금융 상품의 신용등급, 상환의 우선순위 같은 개념들을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설명해볼게요.



손해 보는 사람

나만 아니면 돼


우선, 반대매매부터 알아볼까요? 

반대매매를 하자는 건 상품의 가격이 내려가는 데에 베팅하는 투자를 한다는 용어입니다. 

그렇다면 찰리의 말은 AA 트랜치라는 상품의 가격이 하락할 것에 베팅하자는 뜻이겠죠. 


그러면 이 AA 트랜치는 대체 무슨 상품일까요? 

AA 트랜치의 뜻을 살펴보기 위해 AA와 트랜치를 각각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AA부터 살펴볼게요. 앞의 AA는 상품의 신용등급을 의미합니다. 신용등급은 개인에게도 매겨지지만, 기업과 국가에도 부여돼요. 

개인에게는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부여되는 신용등급이 익숙하지만, 국가나 기업에는 숫자가 아닌 알파벳으로 신용등급이 매겨집니다. 

가장 좋은 신용등급부터 AAA, AA, A, BBB, BB, B, B 이하의 체계를 가져요. 


개인이 돈을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에서 대출할 때,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금리가 다르게 매겨지죠? 

국가나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용등급이 높으면 더 낮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그에 상응하는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게 됩니다.


트랜치(tranche)조각(slice)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입니다. 용도, 목적에 따라 나눈 묶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금융에서는 채권자 그룹을 트랜치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여기서 사용되는 트랜치는 상환순위에 따라 나눈 덩어리, 묶음을 뜻해요.


예를 들어볼게요. 여러분이 A그룹, B그룹, C그룹에 각각 100만 원을 빌리고 돈이 생기고 나서 A그룹→B그룹→C그룹 순으로 상환한다고 상상해보죠. 

돈을 갚는 순서만으로 따졌을 때, 채권이 부도가 날 (=빌려준 돈을 못 돌려받을) 염려가 가장 적은 그룹은 A그룹이고 그다음 B, C겠죠? 

이 각각의 그룹들을 상환순서에 따른 트랜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트랜치는 이렇게 채권을 등급별로 나눔으로써 위험을 분리할 수 있는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AA 트랜치라고 하는 상품은 AA등급의 채권자 그룹을 일컫는 말입니다. 

두 번째로 상환 순서가 (AA는 AAA 다음으로 높은 신용등급) 오는, 신용등급이 아주 높은 채권이라고 볼 수 있죠. 

보통 BBB까지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이라고 부르는데, AA는 그것보다도 두 단계나 위의 신용등급인 우량채권이니까요.



안전한 채권에

왜 배팅했을까?


여기까지 이해하셨다면, <빅쇼트>의 찰리 일당이 도모하는 AA 트랜치 반대 베팅이 더 의아하게 느껴지실 텐데요. 그게 당연합니다. 

AA등급은 실제로 상당히 높은 등급이거든요.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신용등급도 2015년이 되어서야 신용등급 AA에 들어섰어요. 

그전까지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은 A와 AA 사이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찰리와 그 일당들은 당시 대한민국의 국가 채권보다도 더 안전한 채권(당시의 MBS)이 파산한다는 데 베팅한 겁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죠? 과연 이들의 베팅은 성공했을까요? 

대한민국의 신용등급보다도 높은 AA 등급 채권들이 부도 선언을 할 만큼, 2008년 금융위기는 웬만한 기업들을 다 쓰러뜨린 무시무시한 금융 쓰나미였다는 사실만 살짝 상기시켜 드리고, <빅쇼트>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영화 <빅쇼트>는 금융위기 속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금융위기가 10년도 더 넘게 지난 만큼 기억에서 많이 사라졌지만, 대한민국보다 안전한 자산이 부도가 나면서 수많은 사람이 집과 직장을 잃었던 대혼란의 시기였어요.


이 시기가 오기 전부터 위기에 준비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금융시장의 광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빅쇼트>를 통해 들춰보았는데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격언으로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가 곤란에 빠지는 건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알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빅쇼트> 3부작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다음 주에는 새로운 영화 <돈>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넷플릭스, 왓챠 두 군데 다 올라와 있는 영화니, 이번 주말 미리 봐두시면 다음 주 ‘돈구석 1열’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다음 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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