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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돈구석 1열] 장외에는 늑대가 산다 영화 <The Wolf of Wall Street> 🎥



스물두 살, 젊은 나이에 뉴욕으로 상경한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그에게는 “부자가 되자”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늘 맨해튼 입성을 꿈꿔왔던 조던 벨포트는 브로커 자격시험에 통과하면서 마침내 그 꿈을 이루었죠. 


하지만 그가 브로커로서 처음 출근한 그 날은 바로 1987년 10월 19일, 바로 블랙 먼데이였습니다. 

주식시장 전체가 하루에 20%가량 폭락한 전설적인 날이죠. 그 길로 그는 꿈을 접고 다시 구직 광고를 뒤지며 일자리를 찾게 됩니다.


그러던 그의 눈에 들어온 건 한 거래소에 대한 구직광고. 장외시장에서 페니 스탁(penny stock)을 거래하는 작은 증권 거래소였죠. 

브로커가 커미션, 즉 중개수수료를 50%나 챙길 수 있다는 말에 혹한 그는 망설임 없이 거래소로 직행합니다. 


타고난 영업 솜씨와 화려한 언변으로 페니 스탁을 몇천 달러씩 팔아치우며, 그는 순식간에 큰돈을 벌게 됩니다. 

화려하고도 위험한 조던 벨포트의 인생 2막이 펼쳐진 거예요. 


여기서 잠깐. 대체 장외시장, 페니 스탁이 뭐길래 조던 벨포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요? 



시장의 울타리,

그 밖의 또 다른 시장


증권을 거래하는 시장은 크게 장내시장, 장외시장으로 분류됩니다. 장내시장은 우리가 흔히 주식을 거래하는 정규 시장을 뜻해요.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코넥스가 장내시장의 대표적인 사례죠. 


  • 유가증권시장: 흔히 코스피(KOSPI)라고 부르는 시장이자 대한민국의 제1시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차, 카카오, 네이버 등 대기업 위주로 상장돼있음
  • 코스닥(KOSDAQ): 미국 나스닥을 본떠 만든 대한민국의 제2시장. 중소기업, 벤처기업 위주로 상장하기 시작했지만 그 규모가 커져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도 상장돼있음
  • 코넥스(KONEX): 2013년에 설립된 신생 시장. 창업 초기의 중소기업, 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


장외시장은 이와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정규 시장의 꼼꼼한 규격과 절차(영어로 Counter)의 바깥 너머에서 일어난다고 해서 영어로는 Over-the-Counter market, OTC라고 불리죠. 상장을 통해 정규 시장에 들어서지 않은, 비상장 기업들의 주식을 이곳에서 거래할 수 있어요.


장외에서의 주식 거래는 우리가 흔히 증권사에서 하는 주식 거래, 즉 장내주식과는 그 방식이 다릅니다. 

중개업체를 통해서 거래하거나 개인 간의 1:1 거래로 진행되죠. 또 장외주식은 장내주식에 비해 매수, 매도 물량이 자주 나오지 않아 유동성이 낮습니다. 


국내에도 장외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요.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K-OTC와 사설 플랫폼으로 브로커들이 거래를 연결해주는 ‘38커뮤니케이션’,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인데요.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에 상장되기 전,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통해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동전으로도

살 수 있는 주식?


페니 스탁(penny stock)의 ‘페니(penny)’는 미국 돈으로 1센트(Cent)를 부르는 화폐 단위입니다. 

페니 스탁은 1주의 가격이 낮아, 과장 좀 섞어서 동전을 주고도 살 수 있을 만한 싼 주식을 뜻해요. 

우리나라에서 주당 1천 원 이하의 주식을 ‘동전주’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영화 속에서 조던 벨포트가 ‘장외시장에서 페니 스탁을 거래하는 곳’을 찾아갔다고 했죠. 

정규시장 밖에서 거래되는 주식 중에서도, 주당 가격이 매우 낮은 주식만 거래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나중에 크게 성공할 만한 기업에 일찍부터 투자하게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수 있는 상당히 리스크가 높은 투자방법이에요.


조던 벨포트는 ‘하이 리스크(High risk)’를 감추고, ‘하이 리턴(High return)’만을 강조하면서 가난한 투자자들에게 페니 스탁을 마구 팔아댔습니다. 

거래가 성사된 건에 대해, 50%라는 막대한 중개 수수료를 받으며 큰돈을 벌기 시작했죠. 조던은 페니 주식을 팔며 이렇게 말합니다.


“청소부들에게 쓰레기를 팔고 수수료를 쓸어 담았다"


투자자가 손해를 보든 말든, 조던 벨포트와 같은 브로커 집단에게는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들 스스로도 ‘쓰레기’라고 부르는 주식을 팔기만 하면 그만이었죠. 어쨌든 팔면 팔수록 내 지갑은 두툼해지니까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물론, 장외에서 거래되는 주식이나 그 거래를 돕는 브로커가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장외시장은 정규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작은 기업들에게는 투자자금을 끌어올 기회의 땅이기도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미래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해, 투자할 기회를 찾을 수도 있는 곳이죠.


브로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시장의 근본을 이루는 주식이 시장에서 잘 거래되도록 만드는, 자본시장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존재들이에요. 


하지만 영화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장외주식과 브로커를 묘사합니다. 브로커가 장외주식을 이용해 투자자를 속이며 막대한 부를 챙기고, 온갖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고,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이야기들이 3시간의 러닝타임을 채우고 있죠.


극적으로 연출한 가상의 이야기라고 믿고 싶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의 늑대들은 실제로도 존재합니다. 

장외시장이라는 새로운 법칙의 정글에도 마찬가지죠. 울타리 밖에서 우린 좀 더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지만, 동시에 늑대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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