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 세 번에 걸쳐 미국 주택시장 모기지와 관련된 내용들을 영화 <빅쇼트>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코너의 첫 시작부터 어려운 개념들과 용어들이 마구 등장해 조금 어려우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는 ‘이걸 언제 몰랐냐는 듯’ 어려운 것도 술술 읽히면서 점점 더 재밌게 느껴질 거예요.
이번 주 ‘돈구석1열’은 증권사 브로커를 소재로 다룬 영화 <돈>입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실제 주식시장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다룬 부분은 있지만, 금융 다큐멘터리는 아니니까요.
경제 용어들을 잘 몰라도 충분히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흔한 사회초년생의 실수,
한 번에 4천만 원?
증권사의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은 회사에 들어온 지 1년이 넘도록 변변한 실적이 없는 흔한 사회초년생입니다.
회사에 입사하고 10개월 동안 상사들의 술자리, 잔심부름만 하다가 드디어 첫 업무가 들어온 어느 날, 담당 펀드매니저가 전화로 주문을 걸어옵니다.
“우림전자 20,000주
시장가로 매⬜해.
지금 당장!”
찰나의 순간, 지나간 한 글자를 못 듣고 만 일현! 과연 ⬜에 들어갈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① (매)수
② (매)도
모르면 물어보는 것이 사회생활의 진리이거늘. 일현은 상사에게 다시 전화해서 물어볼 주변머리가 없었습니다.
자동 녹음된 메시지를 다섯 번이나 들어봤지만 도무지 답을 알 수 없었죠.
결국 일현은 자신의 감각과 시장분석을 통해 시장가로 매수를 합니다. 우림전자 20,000주를 시장가에 산 거죠.
그리고 바로 상사인 펀드매니저에게 전화가 오고,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듣습니다.
“야 이 XX야.
내가 팔랬지, 언제 사랬어???
내 돈 어떡할 거야?”
이 실수로 일어난 손해는 약 4천만 원. 이 손실은 팀의 성과급에서 메우기로 하는데요.
금융회사들에서는 회사 차원의 성과급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팀의 성과급인걸 감안하면, 일현이 감내할 팀원들의 따가운 시선은… 안 봐도 알 것 같죠?
회사를 날릴 뻔했거나,
날린, 실제 주문실수
이러한 실수가 실제로 나에게 벌어졌다고 생각하면, 정말 섬뜩합니다.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신입사원이 자기 연봉보다 큰 금액을 10분도 안 돼서 날려 먹다니… 하지만 클릭 한 번에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씩 거래가 오가는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실수들을 꽤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실수를 두고 손가락이 굵어서 잘못 클릭했다는 뜻에서 ‘팻핑거(fat finger) 오류’라고 부르기도 해요.
우리나라 말로 하면 착오거래입니다. 착오거래는 당사자와 회사에는 뼈아픈 실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 금융시장은 조금 더 나아지기도 했답니다.
실제로 있었던 몇몇 사례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2010년, 미래에셋 증권에서는 파생상품 계약 15,000건을 매수하려고 했습니다. 계약 1건당 0.8원에 매수할 것을 80원으로 잘못 적어 매수했고 결국 120억 원 상당의 손실을 보게 됩니다.
또, 2013년 한맥증권은 파생상품 프로그램 매매(컴퓨터로 한 번에 대량주문을 넣는 것)에서 입력 변수 하나를 잘못 넣어 착오주문이 발생했고 이 한 건으로 5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습니다. 이 사건이 원인이 되어 한맥증권은 결국 파산하게 되죠.
안타깝지만 착오거래의 일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당사자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건 좀 문제겠죠. 금융당국은 법적으로 장치를 마련했는데요. 착오주문으로 인한 결과를 다른 상대방이 악의적, 약탈적으로 이용한 경우에는 그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래를 원래대로 돌이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미래에셋 사건에서는 오차가 100배나 나는 상황이었죠.
거래 상대방 입장에서도 분명히 실수라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약탈적으로 거래를 했다고 법원이 판단하여 거래를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착오거래가 있는 경우 피해액이 100억 원 이상이어야 하고, 또 착오거래를 한 후 30분 이내에 구제 신청을 해야 하니 사실상 개인투자자는 주문실수에서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작전 세력?
증권사 영업직원이 되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란 꿈을 꾸던 일현은 이 사건으로 인해 팀의 문제아 취급을 받게 되고, 큰 회의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같은 팀 상사가 건넨 은밀한 제안에 넘어가게 되죠.
‘번호표’라고 불리는 큰 손이 펼치는 작전에 가담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람 혹은 조직을 증권가에서는 부티크라고 부르는데요. 편법을 가리지 않고 단기간 내에 큰돈을 벌 방법을 수행한다는 게 특징입니다.
주식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을 때, 종종 등장하는 작전세력.
도대체 무슨 작전으로 어떻게 돈을 번다는 걸까요? 대충 들어도 건전한 금융시장을 해치는 미꾸라지 같은 느낌이죠.
다음 시간에는 영화 속, 작전 세력의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지난주까지 세 번에 걸쳐 미국 주택시장 모기지와 관련된 내용들을 영화 <빅쇼트>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코너의 첫 시작부터 어려운 개념들과 용어들이 마구 등장해 조금 어려우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는 ‘이걸 언제 몰랐냐는 듯’ 어려운 것도 술술 읽히면서 점점 더 재밌게 느껴질 거예요.
이번 주 ‘돈구석1열’은 증권사 브로커를 소재로 다룬 영화 <돈>입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실제 주식시장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다룬 부분은 있지만, 금융 다큐멘터리는 아니니까요.
경제 용어들을 잘 몰라도 충분히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흔한 사회초년생의 실수,
한 번에 4천만 원?
증권사의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은 회사에 들어온 지 1년이 넘도록 변변한 실적이 없는 흔한 사회초년생입니다.
회사에 입사하고 10개월 동안 상사들의 술자리, 잔심부름만 하다가 드디어 첫 업무가 들어온 어느 날, 담당 펀드매니저가 전화로 주문을 걸어옵니다.
“우림전자 20,000주
시장가로 매⬜해.
지금 당장!”
찰나의 순간, 지나간 한 글자를 못 듣고 만 일현! 과연 ⬜에 들어갈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① (매)수
② (매)도
모르면 물어보는 것이 사회생활의 진리이거늘. 일현은 상사에게 다시 전화해서 물어볼 주변머리가 없었습니다.
자동 녹음된 메시지를 다섯 번이나 들어봤지만 도무지 답을 알 수 없었죠.
결국 일현은 자신의 감각과 시장분석을 통해 시장가로 매수를 합니다. 우림전자 20,000주를 시장가에 산 거죠.
그리고 바로 상사인 펀드매니저에게 전화가 오고,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듣습니다.
“야 이 XX야.
내가 팔랬지, 언제 사랬어???
내 돈 어떡할 거야?”
이 실수로 일어난 손해는 약 4천만 원. 이 손실은 팀의 성과급에서 메우기로 하는데요.
금융회사들에서는 회사 차원의 성과급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팀의 성과급인걸 감안하면, 일현이 감내할 팀원들의 따가운 시선은… 안 봐도 알 것 같죠?
회사를 날릴 뻔했거나,
날린, 실제 주문실수
이러한 실수가 실제로 나에게 벌어졌다고 생각하면, 정말 섬뜩합니다. 입사한 지 1년도 안 된 신입사원이 자기 연봉보다 큰 금액을 10분도 안 돼서 날려 먹다니… 하지만 클릭 한 번에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씩 거래가 오가는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실수들을 꽤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실수를 두고 손가락이 굵어서 잘못 클릭했다는 뜻에서 ‘팻핑거(fat finger) 오류’라고 부르기도 해요.
우리나라 말로 하면 착오거래입니다. 착오거래는 당사자와 회사에는 뼈아픈 실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 금융시장은 조금 더 나아지기도 했답니다.
실제로 있었던 몇몇 사례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2010년, 미래에셋 증권에서는 파생상품 계약 15,000건을 매수하려고 했습니다. 계약 1건당 0.8원에 매수할 것을 80원으로 잘못 적어 매수했고 결국 120억 원 상당의 손실을 보게 됩니다.
또, 2013년 한맥증권은 파생상품 프로그램 매매(컴퓨터로 한 번에 대량주문을 넣는 것)에서 입력 변수 하나를 잘못 넣어 착오주문이 발생했고 이 한 건으로 5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습니다. 이 사건이 원인이 되어 한맥증권은 결국 파산하게 되죠.
안타깝지만 착오거래의 일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당사자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건 좀 문제겠죠. 금융당국은 법적으로 장치를 마련했는데요. 착오주문으로 인한 결과를 다른 상대방이 악의적, 약탈적으로 이용한 경우에는 그 상대방으로 하여금 거래를 원래대로 돌이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미래에셋 사건에서는 오차가 100배나 나는 상황이었죠.
거래 상대방 입장에서도 분명히 실수라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약탈적으로 거래를 했다고 법원이 판단하여 거래를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착오거래가 있는 경우 피해액이 100억 원 이상이어야 하고, 또 착오거래를 한 후 30분 이내에 구제 신청을 해야 하니 사실상 개인투자자는 주문실수에서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작전 세력?
증권사 영업직원이 되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란 꿈을 꾸던 일현은 이 사건으로 인해 팀의 문제아 취급을 받게 되고, 큰 회의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같은 팀 상사가 건넨 은밀한 제안에 넘어가게 되죠.
‘번호표’라고 불리는 큰 손이 펼치는 작전에 가담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람 혹은 조직을 증권가에서는 부티크라고 부르는데요. 편법을 가리지 않고 단기간 내에 큰돈을 벌 방법을 수행한다는 게 특징입니다.
주식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을 때, 종종 등장하는 작전세력.
도대체 무슨 작전으로 어떻게 돈을 번다는 걸까요? 대충 들어도 건전한 금융시장을 해치는 미꾸라지 같은 느낌이죠.
다음 시간에는 영화 속, 작전 세력의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