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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돈구석 1열] 영화 <블랙머니>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지난주, ‘돈구석1열’에서는 영화 <블랙머니> 전반부를 통해 사모펀드의 개념과 사모펀드가 어떻게 이익을 남기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사모펀드는 안 좋은 소식으로 뉴스에 자주 등장하지만,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사모펀드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블랙머니> 두 번째 주제는 영화 속 이야기라고만 보기에는 조금 아픕니다. 

매각 과정에서 국가 재정이 유출된 것도 그렇지만, 한 국가의 경제를 결정하고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몇몇 사람들의 무능과 방관으로 인한 피해가 마치 내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블랙머니> 두 번째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과 

국책은행 매각


죽은 사람이 보낸 서류가 국책은행 매각의 근거가 되었다. 


영화 <블랙머니> 전개 초반부에 나오는 나레이션입니다. 마치 스릴러 영화에 나올 법한 설정이죠. 


영화 속, 대한은행의 한 직원은 은행의 BIS 비율에 대한 서류를 자신과 내연관계에 있던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팩스로 보냅니다. 

이 서류는 국책은행이었던 대한은행을 헤지펀드인 스타펀드에 매각하도록 하는 근거가 되었죠. 

BIS 비율이 뭐길래, 한 나라의 국책은행을 외국계 헤지펀드에 매각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을까요? 

그리고 영화감독은 이 팩스를 왜 은밀하게 보낸 것처럼 설정한 걸까요? 


영화 <블랙머니>는 대한은행 매각 과정을 통해 ‘외환은행 인수 건’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합니다. 영화 속 설정(스타펀드)과 실제 사건(론스타)을 오가며 설명하다 보니, 조금 헷갈리실 수도 있을 텐데요. 아래부터는 영화 속 내용을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사건이라고 가정하고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BIS 비율과 

금산분리


팩스를 보낸 대한은행 직원과 그 팩스를 받은 금융감독원의 직원. 내연관계에 있던 이 커플은 이후에 의문의 죽임을 당합니다. 

이 커플이 보낸 ‘BIS 비율’ 서류는 실제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론스타는 외국계 헤지펀드로 기업사냥꾼이라고도 불리는 사모펀드였습니다. 2003년, 이 기업사냥꾼의 타겟이 된 은행이 바로 외환은행이었죠. 

2012년에 하나은행에 인수돼 KEB하나은행(최근에 하나은행으로 사명 변경)으로 합병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외환은행은 다 알 만한 시중은행 중 하나였습니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금액은 1.7조 원.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매각한 금액은 4조 7,000억 원. 

매각금액으로만 따져봐도 300%에 가까운 수익률이었습니다. 론스타는 9년 만에 어마어마한 차익을 얻었죠. 

그런데 그 배경이 좀 수상합니다. 작은 기업도 아니고, 어느 정도 이름을 날리던 은행을 어떻게 이렇게 쉽게 사고팔 수 있었던 걸까요?


당시 론스타는 산업자본이었고, 인수된 외환은행은 은행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금융기업을 산업자본이 인수할 수 없다는 원칙인 금산분리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산업자본이 금융회사(은행)를 인수할 경우, 은행에 있는 돈을 자신의 입맛대로 다룰 염려가 있기 때문이죠.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만들어질 때도 이 문제로 뉴스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금산분리 원칙에서 예외로 두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바로 부실은행에 대한 인수 건이었죠. 부실한 은행은 당장 파산 염려가 있어서 산업자본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해줍니다. 이 부실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BIS 비율, 자기자본비율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이 갖고 있는 자기자본의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하다고 판단합니다. 

은행은 정기적으로 BIS 비율을 공시해야 하고, 그 비율이 8%를 못 미치게 되면 부실은행으로 취급하죠.


영화 속 커플을 통해 공유된 은행의 BIS 비율은 6%였습니다. 다시 말해, 외환은행은 부실하다는 뜻이었죠. 

금융감독원은 이 수치를 토대로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규정하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락해줍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실 한국 정부는 외환은행을 팔고 나가려는 론스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습니다. 매각 과정에 정부가 끼어들 수 있는 단계가 있었거든요.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론스타는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행 주식을 처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에 앞서 론스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합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업의 가치인데요.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대한 경영권’까지 하나은행에 넘길 테니, 주식을 넘겨받을 때 그 프리미엄에 대한 가치도 인정해서 대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한 거예요. 당시 론스타가 주장한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치는 무려 1조 7천억 원이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론스타 측에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고 시장에서 주식을 처분하게 해서, 론스타가 악의적으로 돈을 가지고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죠. 

하지만 2012년, 금융위원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주는 단순매각을 허락해 주었고, 그에 해당하는 국부가 추가로 해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론스타, 

끝나지 않은 이야기 


결국, 2012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떠나는… 듯했지만, 7년 뒤인 2019년 론스타는 다시 돌아옵니다. 

한국 정부에 소송을 걸기 위해서 돌아온 거예요. 그것도 자그마치 5조 원짜리 소송을 말이죠. 

2012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한국 정부가 방해해서 제때 팔지 못했으니,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거예요

이 소송의 이름은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ISD에서 질 경우, 우리 정부는 5조 원을 론스타에 보상해야 합니다. 


이 소송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한국 정부에 불리할 여지가 있습니다. 

정부가 금산분리, 징벌적 매각에 대한 책임을 론스타에 물어야 하는 시점에 제대로 묻지 않고 넘어갔거든요. 

제때 책임을 안 묻고 왜 나중에 와서 딴소리하냐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영화는 이 사건의 책임을 단순히 론스타에만 묻지는 않습니다. 론스타의 의도와 행동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묻지 못한 정부의 무능 혹은 태만을 함께 꼬집고, 그 과정을 방관하고 악용한 일부 금융관료들을 더 크게 비판하고 있죠. 영화 <블랙머니>는 단순히 론스타의 검은 돈뿐만 아니라 이를 도와주고 날뛰게 만든 이들의 검은 돈까지 꿰뚫는 제목입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을 때가 바로 ‘블랙머니’가 우리의 주머니를 노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입니다. 

우리들이 금융경제 뉴스를 항상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죠. 

다음 주에는 2011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인사이드 잡>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금융과 경제가 돌아가는 거대한 메커니즘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이니, 미리 봐두셔도 좋겠네요! 




💬 우지우's comment


사모펀드와 PEF

지난주 사모펀드에 관한 글에 대해 헤지펀드와 PEF의 차이점에 관한 질문이 있었어요.


“경영에 참여하는 사모펀드를 경영참여형펀드(PEF)라고 공부했는데, 

기사에서는 헤지펀드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적혀있어서요! 

경영권을 확보하고 구조조정 등으로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PEF 아닌가요?”


헤지펀드와 경영참여펀드에 대한 질문이었는데요. 기본적으로 이 둘은 서로 배타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헤지펀드에 대한 통일된 사회적 정의는 없을뿐더러, 헤지펀드들은 돈이 될 수 있는 투자전략을 수립하고 그를 행할 뿐이에요. 

그 과정에서 경영에 참여할 수도,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죠. 


또 경영참여형펀드는 전부 사모펀드입니다. 

공모펀드보다 그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더 빠르고, 가벼운 몸집을 기반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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